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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리트의 세례 본문

Pokemon/Short Story

이프리트의 세례

Pialati 2016. 8. 25. 04:00

파이널 판타지 14 AU

 

 

푸른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밤이 찾아온 것이 아니다. 도마뱀을 닮은 이 에오르제아의 토착 민족. 아말쟈 족이 모시는 야만신, 이프리트가 소환되어 태양을 달이 가린 것이다.

검게 물든 태양에서 광염이 내려 꽂힌다. 숨을 내쉴 때마다 넘실거리는 화염. 예리하고 거대한.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기는 흉측한 발톱.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난 긴 두개의 뿔.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내 성스러운 불꽃으로 그 혼, 나를 섬기며 나에게 기도하라. 나를 갈구하라! 그 갈망이……. 영혼의 통곡이……. 내 불꽃을 더욱 용솟음치게 하리니!」

 

검게 물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이프리트의 입에서 푸른 불꽃이 넘실거리는 그 등 뒤로 윤곽만이 빛을 발하는 검은 태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건 위험하다, 윤진이 급하게 마도서를 펼쳐 사기고양책을 시전하자 보호막이 펼쳐진다. 상대방의 데미지를 반감시키고 회복력을 올려주는 기술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성호는 양손 환술 도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윤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휘웅이에게 닥칠 데미지를 생각해. 케알이냐, 케알라냐.

그 순간 이프리트의 입에서 시리도록 푸른 화염이 세 사람을 뒤덮었다.

 

“큭…….”

 

뜨겁지도 몸에 옮아 붙지도 않는 푸른 불꽃이 세 사람 사이를 지나친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까 윤진을 향해 에스나를 시전한 성호가 바로 휘웅이를 향해 에스나를 시전 한다. 혹시 모를 악영향을 해제하려는 것이다. 보호막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다행히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 성호가 회복과 저주 해제에 힘을 쓰는 가운데 상황파악을 하려던 윤진의 귀에 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세.”

“성호,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윤진의 물음에 에스나를 시전한 성호가 고개를 저어보였다. 스톤라를 시전하려는 친구에게 저런 상대에게까지 네가 공격을 하는 건 아니라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윤진은 눈앞의 거대한 야만신을 올려보았다.

쨍그랑, 금속이 지면과 충돌해 맑은 소리를 자아낸다. 제일 앞에 서 있던 휘웅이가 창을 떨어트린 것이다. 아직 어려서 많이 놀란 걸까 싶은 성호가 격려차 다시 한번 프로테스를 시전해 끝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리지만 용맹한 용기사 소년의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부디, 소원을 들어주세요, 지고한 이프리트 신이시여…….”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야만신의 앞으로 나아간다. 어딜 보나 상대를 갈구하는 모습에 기가 찬 윤진이 미간을 주물렀다. 쟤 지금 우리가 쓰러트려야 할 야만신에게 저러는 거니?

세 사람을 바라보던 아말쟈족의 테무그 조가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으으음……. 기이하도다……. 어찌하여 그대의 영혼은 불꽃에 휩싸이고도 ‘신도’가 되지 않는 것이지?”

 

방금 전의 그 푸른 불꽃이 저 이프리트의 신도가 되는 세례였나, 사태를 파악한 윤진이 성호를 돌아보았다. 성호 또한 상황을 알아차린 듯 했으나 결국 세뇌된 것은 휘웅이 하나 뿐.

 

“설마……. 네놈들은 다른 신의 축복을 얻었는가!? 어리석은지고……. 조악한 신에게 영혼을 팔다니!”

 

테무그 조의 말에 서로를 돌아보던 성호와 윤진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조악한 신에게 영혼을 팔았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우린 신같은거 안 믿어.”

 

불꽃을 토해내려던 이프리트가, 그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웃던 테무르 조가 멈칫했다.

신을 믿지 않는다며 그들을 비웃은 학자와 백마도사는 무언가를 믿는 강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강한 눈.

이프리트를 향해 걸어가는 휘웅이를 붙잡은 윤진이 성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한숨을 내 쉰 성호가 윤진의 손에 환술 도구를 올려놓았다. 같이 환술을 공부하기도 했던 사이다. 환술 도구를 쥐는 것쯤은 윤진 에게도 가능하지만 아마도 지금 환술 도구를 필요로 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 것이다.

퍽, 성호가 애지중지하는 광물과 나무로 만든 환술 도구가 휘웅이의 후두부를 가격했다.

고통으로 인한 순간적인 각성에 용기사 소년이 휘둥그레 눈을 떴다. 아프다며 후두부를 움켜쥔 휘웅이를 보며 성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윤진은 상냥하지만 필요할 때는 무서울 정도로 가차 없어지는 친구다.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휘웅아, 일단 전투부터 끝내자.”

“네, 넷!”

 

갑옷을 두른 휘웅이가 다부진 얼굴로 화염의 숨결을 내뿜는 이프리트에게 들고 있던 긴 창을 겨누었다.

이프리트가 내뿜은 불길이 주변을 에워 감싼다. 타이탄도, 가루다도 아닌 이프리트. 미숙한 어린아이지만 휘웅이라면 잘 해낼 것이다.

휘웅이가 이프리트의 주의를 끌고 성호가 집중적으로 케알을 사용한다. 간간히 윤진이 소환한 요정이 이프리트를 공격한다. 어렵지는 않은 상대이기에 순조롭게 싸워 나가던 중 불현듯 휘웅이가 창을 내렸다. 이미 이프리트에게 무수한 상처를 입혔고 지치게 만들었는데 갑작스레 멈춘 휘웅이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 무력한 모습으로 이프리트의 공격을 맞고 있는 휘웅이의 모습에 성호가 급히 휘웅이에게 집중적으로 케알을 부여했다.

 

“휘웅아? 휘웅아, 무슨 일이야?”

“이프리트 신이시여…….”

 

또다시 이프리트를 갈구하고 있는 모습에 마도서 페이지에 얹은 윤진의 손이 페이지를 움켜쥐었다. 구겨진 페이지를 움켜쥔 윤진의 주위에서 윤진의 요정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어라, 윤진이가 화가 났네.

아군에게는 써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휘웅이가 윤진 이에게 공격당하는 것보다는 낫다. 한숨을 내 쉬고 휘웅이에게 휴면의 마법을 걸었다.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잠든 휘웅이를 질질 끌어다 전장의 외곽으로 옮겨놓고 성호는 윤진에게 시선을 주었다.

 

“우리끼리 해야겠지?”

“하아, 알았어. 멋대로 해.”

 

윤진의 말에 씩 웃은 성호가 자신과 윤진에게 리제네, 지속 회복 마법을 걸고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암석을 불러냈다. 땅에서 솟아난 바위가 이프리트에게 부딪힌다. 윤진 또한 요정에게 전투를 지시하고 공격용 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성호의 스톤라와 윤진의 루인라와 바이오라. 그리고 윤진의 요정이 화려하게 이프리트를 공격했다.

이미 두 사람은 한차례 이프리트를 물리쳐본적 있었기에 물리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가 된 것은 그 이후였다.

 

“성호야, 쟤 그냥 두고가면 안되겠니.”

“안돼.”

 

단호한 성호의 답변에 윤진은 한숨을 내 쉬고 누워있는 라라펠족의 어린 소년을 내려보았다.

잠들어있는 휘웅이를 어깨에 짊어진 아우라족의 학자를 바라보며 미코테족의 백마도사는 힘없이 웃어보였다.

 

“너무 짐처럼 대하는 거 아냐?”

“이프리트 따위에게 세뇌당하는 애를 내가 왜 봐줘야 하는데?”

“상냥하게 대해줘, 상냥하게. 아직 어리잖아.”

 

울다하의 에테라이트 광장으로 이동하는 텔레포를 사용하며 손을 내미는 성호의 손바닥에 손을 얹으며 윤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울다하 외곽의 여관에 방을 잡고 휘웅이를 침대에 뉘이고 나자 성호는 휴면을 해제했다.

광기에 물들어 희번뜩이는 라라펠의 회색 눈을 보며 윤진은 한숨을 내 쉬었다. 축 처져있는 꼬리와 귀를 보아하니 귀찮다고 생각하는구나. 주제를 바꿔야 해. 성호는 긴 귀 끝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윤진아, 왜 우리에게는 이프리트의 불꽃이 통하지 않았을까?”

“응? 잘은 모르겠지만 그 야만 신이었나 그 추종자였나, 말했잖아. 그 불꽃에 잡아먹히면 신도가 된다고.”

“그랬지. 하지만 우리는 신도가 되지 않았잖아?”

 

성호의 말에 윤진은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였다.

 

“휘웅이가 이프리트의 신도가 되어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원하던 게 뭘까? 소원을 빌면서.”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 그거 아냐?”

“간절히 원하는 것?”

 

어리둥절한 윤진의 물음에 침대에 걸터앉은 성호가 잠든 휘웅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원하는 건 희귀한 돌. 네가 원하는 것은 너 자신의 아름다움. 둘 다 누가 준다고 해서 좋아할게 아니잖아? 우리들은,”

“확실히.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가 직접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지.”

 

윤진의 말에 성호가 피식 웃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손에 넣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 도울 수는 있지만 결국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잠들어있는 휘웅이지만 깨어나면 또다시 이프리트를 부를 것이 뻔하다. 그게 신도니까.

백마도사인 자신과 학자인 윤진이 있다면 휘웅이를 정화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결국 다시 이프리트와의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렇게 될것이 뻔하다. 휘웅이 스스로가 깨우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거야?”

“우선은 휘웅이가 뭘 원하는지부터 알아봐야겠지. 도와줄거지?”

 

성호의 말에 윤진은 작게 한숨을 내 쉬고 웃어보였다.

 

“도련님이 원하는거라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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