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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미세레] 어느날의 데이트 본문
대도시 미르 시티에는 그 커다란 규모 만큼이나 다양한 카페가 있고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 중에는, 사천왕의 한사람 즈미가 직접 조리하며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고 특별한 사람만이 그 즈미의 요리를 대접받을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소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플라타느 박사의 연구소에서 나온 세레나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잠들어있는 메이클들을 지나 거리에 뛰어다니는 레오꼬에게 잠시 시선을 주면서도 세레나의 발은 멈추지 않았고 한 평범하디 평범한 레스토랑의 앞에 멈춰선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밀어 열었다.
"어서오십시오, 한분이십니까?"
이제는 익숙해진 레스토랑의 직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오자 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으로 안내되어 자리에 앉자 메뉴판을 가져오기위해 몸을 돌리는 웨이터를 보고 테이블 위의 메모장에 무엇인가를 적어내린다. 돌아온 웨이터가 건넨 메뉴판을 설렁설렁 읽고 페이지 사이에 메모장을 끼워 돌려주며 세레나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메뉴판을 가져간 웨이터가 곧 물이 담긴 잔을 가져왔다. 식기가 놓이고 투명한 물잔에 빛이 부서진다. 주인을 닮아 아름다운 레스토랑.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흰 조리복 차림의 무뚝뚝한 얼굴. 그러나 저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 웃음을 짓는지를 안다.
세레나는 턱을 괸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피식 웃어보였다.
달각거리는 식기가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맴도는 조용한 식사의 자리에서 얌전히 식사를 하는 소녀의 모습을 흘깃 훔쳐보던 즈미는 내심 기대했던 낮을 떠올리며 메마른 입술을 살짝 핥았다.
소녀의 배틀은 유려했고 힘이 강했다. 감히 예술이라 평가할 아름다운 배틀. 노력하고 있다는것이 확연히 보이는 그 배틀에 언젠가 소녀가 자신을 뛰어넘으리라는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세레나를 처음 만난것은 리그. 챔피언 카르네가 이번 도전자는 아는 아이라며 재미있는 배틀이 될거라며 웃던 모습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지만 그의 영역인 물의 방을 찾아온 도전자는 강하고 유려한 소녀.
패배에 연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일부러 레스토랑을 알려주고 배틀의 상대가 되어 주었다. 배틀 뒤에는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며 그날의 배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더욱 어른스럽고자 하는 이 소녀가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는것도 금방이었다. 처음 포크와 나이프의 순서를 헷갈려 당황하던 소녀는 어느새 익숙하게 식사를 진행해 나간다.
"세레나."
불린 이름에 식사를 하던 세레나가 물로 입을 헹구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는다. 준비를 끝마치고서야 왜요, 대답하는 소녀의 모습에 즈미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는 왜 어른이 되려 하지?"
"당신이 나를 아이로 보는것이 싫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답이지만 그 답에 유쾌해진 즈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잔을 들어보였다.
"우리들의 관계를 위해."
세레나에게 맞춰 탄닌이 적고 달콤한 맛이 강한 화이트 와인을 꺼냈었다. 황금빛이 아름다운 와인에 살풋 미소짓는 세레나의 얼굴이 비춰졌다.
"그리고 즈미 씨를 위해."
조명을 끄고 어슴푸레한 촛불로 빛을 밝힌 두 사람의 공간에서 챙, 두개의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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