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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 생각지도 못한 하루 본문

Pokemon/Nine Story

[NINE] 생각지도 못한 하루

Pialati 2017. 2. 28. 09:48


호연으로 돌아와 어릴적에 살던 금탄시티의 집이 남아있어 마음놓고 지내며 루티아와 콘테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포켓몬의 컨디션 살피기에 전념한것이 벌써 3개월.
포켓몬들이 정한 콘테스트 출전 금지 기간이 이제 반정도 지났기에 남은 삼개월동안은 인사겸 체육관 순회나 다닐까, 하며 무료한 생활을 이어나가던 나인에게 어느날 밤,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왔다.

새벽 한시. 120번 도로 만큼은 아니지만 예쁜 밤하늘을 보러 일어났을때, 현관문을 열자 기다렸다는듯이 서있는 청년이 있었다.

"어…?"

푸른 바닷빛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앞의 미남을 올려다본 나인은 일단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안녕? 예쁜 눈매를 곱게 접어 웃는 모습에 이게 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나인은 들어오라며 문 옆으로 비켜서고 소파에 앉은 그에게 저녁은 먹었냐며 진부한 인사부터 시작했다.

"쉿, 내가 여기에 있다는거 비밀로 해줄수 있을까?"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에 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 시간에 돌아다닐리도 없고 무엇보다 금탄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데봉의 귀한 아드님이 같은 금탄인데 굳이 집이 아니라 여기로 온걸 보면 무슨 일이 있긴 했나보다. 저녁 먹었냐는 질문에 답은 주지 않았지만 일단 따듯한거라도 마시면 괜찮겠지. 홀로 납득한 나인이 종종걸음으로 걸어다니며 주전자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불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울린다. 어떤 차를 내놓아야 할까, 찻잎통을 들어보던 나인이 흘깃 소파에 앉은 성호를 훔쳐보았다. 어딘지 피곤해보이는 모습에 자스민과 라벤더를 꺼내 블랜딩 하고 끓여낸 물을 부어 적당히 우려내 차망에 거른다. 편안한 향을 풍기는 따뜻한 차 한잔을 성호앞에 내려놓고 이어 부지런히 손님방을 준비한다.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는 소리에 예민한 에브이나 식스테일이 잠에서 깼지만 이내 주변을 둘러보고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잠이 들었다.
주로 학회때문에 오박사님이나 엄마가 와서 사용하는 방에 침구를 새로 깔면서도 나인은 이 시간에 평소처럼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성호를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였다. 분명히 옷차림은 멀쩡했는데 어딘가 피곤해 보였던 자신의 착각일까.
손님방의 정리가 끝나고 나온 거실에서 소파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있는 성호를 보며 나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의 나성호는 굉장히 지쳤다. 그런 사람에게 저녁 먹었냐고 묻다니, 눈치도 없지.
짧게 자조한 나인은 이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빠, 저쪽 방 준비해뒀어요. 사이즈는 잘 모르는데 저번에 레드 오빠가 두고간 옷 꺼내놨으니까 그거 입으시면 될거예요."

그럼 일단 좀 쉬세요. 쭈뼛거리며 인사한 나인이 방으로 돌아가고 성호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이 묻었다.
아마도 날이 밝으면, 자신의 부재를 눈치챈 사천왕이 발칵 뒤집어질것이다. 혁진은 화를 낼테고 미혜는 차가운 분노를 쌓아두겠지. 또다시 윤진이 체육관을 비우고 자신을 찾아다니겠지만 일단 지금 중요한것은 그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것은 선조가 저지른 죄악.
포켓몬의 생체 에너지를 이용한 동력이라니. 현재의 데봉을 있게 한 무한에너지에 대한 진실은 그가 상상했던것보다 더욱 크고 무거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끼익- 문 열리는 소리에 성호가 눈을 뜨자 잠옷차림의 나인이 말없이 다가와 성호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눈을 꼭 감는다. 입을 꾹 다물고 아무말 없이 기대앉아있는 나인의 무게에 홀로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던 성호가 다시 소파에 기댄채 눈을 감았다.



식스테일이 배 위로 뛰어올라 깨우자 기겁해서 일어난 나인은 자신이 방에 누워있다는 사실에 놀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어제 먼저 자려고 들어왔다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다시 나갔었다. 그리고 성호에게 기대 앉아있었던것같은데 왜 방이지, 고민하는 나인의 옆에서 로토무가 비웃었다.

"뭐야, 나 거기서 잔거야?"

세상에, 위로같은거 해본적도 없고 할줄도 모르지만 힘들때는 옆에 누가 있는것이 더 좋다고 예전에 엄마에게 들었던게 생각나서 행동으로 옮겼던건데 지금 방이라면 성호 오빠가 방으로 옮겨줬다는거잖아.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없이 절규하는 나인의 곁에서 보스로라가 고개를 저었다.
절규해봤자 이미 지나간일은 어떻게 할수 없기에 그저 평소처럼 아침 준비를 하자 결심한 나인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유니폼이나 다름없는 옷을 차려입고 머리를 정돈한다. 헤어밴드까지 쓰고나면 활동준비 완료.
언제나 완전범죄를 꿈꾸며 쓸데없이 철저한 나인이다보니 슬쩍 열어본 손님방에서 자고있는 성호의 모습에 조용히 문을 닫고, 어젯밤 비밀로 해달라던 성호의 뜻에 따라 흔적을 깔끔히 지워내곤 주방에 서서 아침 메뉴를 고민하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아침도 못먹었는데 누구야. 투덜대면서 문을 열었다가 보이는 너무나도 엄청난 의상에 살짝 나인의 표정이 굳었다.

"윤진님, 문 닫아도 돼요?"
"아니."

그래 이런 사람을 집앞에 세워둘수는 없지. 들어오라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간 나인을 따라 윤진이 그녀의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 가져올게요. 기다려주세요."

손님에게 차 대접은 기본이라 생각하는 나인을 알기에 윤진이 소파에 앉자 주방으로 들어간 나인은 아침이니까 차라도 상쾌하게 마시자며 좋아하는 히비스커스와 레몬을 블랜딩한 차를 타며 언제나 목걸이로 변신해있는 메타몽에게 부탁해, 속삭였다.
메타몽이 슬그머니 모습을 바꿔 바닥으로 내려와 조심스레 손님방으로 향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나인은 빙글 몸을 돌려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윤진에게 향했다.

"고마워."

윤진에게 찻잔을 건네고 소파에 앉은 나인이 제몫의 찻잔을 집어들며 물었다.

"아니예요. 그런데 성호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윤진님이 아침부터 찾아올 이유가 그거밖에 더있나, 나인의 물음에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윤진이 한모금 마시고는 바로 찻잔을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나인. 혹시 성호 어디있는지 알아?"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리그가서 물어보셔야지. 오늘 리그 휴일이예요?"
"그 사천왕들이 성호가 아직 출근 안했다고 찾아달라고 연락한건데? 리그에 휴일이 어딨어? 상시 개방인데."

아, 체육관이나 리그는 휴일 따로 없었지. 윤진의 대답을 들으며 딴생각을 하던 나인이 이내 들고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물론 성호 오빠야 지금 저쪽 손님방에서 자고 있긴 하지만 당사자가 비밀로 해달라고 한 이상 이야기 해 줄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일부러 성호가 깨더라도 나오지 못하게 해 달라고 메타몽을 보내놨으니까.
희귀한 돌 찾아 떠나는 성호를 모르는것도 아니라서 솔직히 지금의 윤진이나 사천왕의 반응은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했지만 어젯밤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말해서는 안된다.

"원규 언니는 모른대요?"
"아침에 전화해봤는데 며칠전에 같이 동굴 탐사 다녀온거 외에는 못봤대."
"전화는 해 봤어요?"

그 오빠 통신기 소리 꺼놨었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묻자 윤진이 앓는 소리를 내며 통신기를 꺼내 보였다.

"신호가 가는걸 보면 동굴은 아닌데 안받아. 최근에 얘기한 지방이나 지역도 없어서 추측가는데가 없는데 혹시 넌 뭐 아는거 있어?"
"저도 그건 모르겠는데, 오늘 아침 출근을 안한거면 좀 더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요? 성호 오빠가 애도 아니고……. 솔직히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돌아오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윤진님이 그렇게 걱정이시라면야 저도 아침만 먹고 찾아볼게요."

그러니까 맛있는거 사주세요 배고파요. 당당한 나인의 요구에 윤진이 픽 웃고 일어섰다.

"바로 나가도 되겠어?"
"네. 어… 오늘은 토토랑 스타, 테일 나가자! 에피하고 보리, 메타그로스는 집보기 부탁해-."

전투력으로만 보면 메타그로스나 보리, 둘중 하나는 꼭 데리고 가야 하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포켓몬 배틀을 할 일은 없을테고 있다 하더라도 바로 옆에서 시름에 잠긴 저 남자가 루네의 체육관 관장이며 성호 오빠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자부하는 남잔데.

"토토- 밖에 나가서 맘대로 돌아다니면 볼로 되돌려버릴거야."

로토무가 키득대는 모습에 한숨을 쉬고 아쿠스타를 몬스터볼로 불러들인다. 이미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식스테일의 모습에 급히 헤어밴드가 삐뚤어지지 않았나 확인한 뒤에야 나인은 윤진을 돌아보았다.

"나가요!"
"뭐 먹을래? 오래 돌아다닐건데."
"아침 얻어먹고 도망갈건데요. 윤진님이랑 같이 있으면 성호 오빠가 보고도 도망갈거예요."

애들 밥은 알아서 챙겨먹을수 있을테고 냉장고에 어제 만들어둔 샌드위치도 있으니 성호가 깨도 괜찮을거다. 일단 지금은 저 눈에 띄는 남자를 이 집 밖으로 데려가는것만 생각하자.

"얘들아 집 부탁해~"

나인이 윤진을 잡아 끌고 집을 나서자 에브이와 보스로라가 배웅하고 돌아왔다.
메타그로스와 에브이가 사이코키네시스로 찻잔을 싱크대로 옮기고 각자의 아침을 챙긴다. 메타몽이 대체 방에서 뭘 하나 슬그머니 문을 밀어봤다가 아예 성호의 위를 인형뭉치가 되어 짖누르고 있는 모습에 보스로라가 짜증스레 울었다.
제딴에는 성호를 숨기겠답시고 인형으로 변신한거겠지만 오히려 저게 더 깨우는짓이 아니냐. 스물스물 메타몽이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오자 레드의 티셔츠를 입은 성호가 약간 헝클어진 머리로 일어났다.

"고마워, 보리."

보스로라의 손에 들려 나가는 메타몽을 보며 작게 웃은 그는 그 뒤를 따라 거실로 나왔다.
트레이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포켓몬들이 스스로 아침을 챙겨먹고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나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으니 괜찮았다.
어렴풋이 깬 상태에서 윤진과 대화하는 나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메타몽이 들어와 인형더미로 변신해 짓누르는 모습에 나인이 시켰구나 싶긴 했어도 일어날수 없었다. 물론 일어날 생각도 없었지만.
밖으로 나온 성호를 힐끔 본 에브이가 포켓몬 푸드를 먹다 말고 한번 울더니 사이코키네시스로 냉장고를 열어 샌드위치를 꺼내 식탁에 내려놓는다.

"…먹으라고?"

성호의 물음에 컵을 내려놓고 튼튼밀크를 꺼내 붓고 다시 한번 울어보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포켓몬 푸드를 먹고있는 모습에 성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메타그로스도 에스퍼타입이지만 사이코키네시스로 너무나도 익숙한듯이 챙겨주는 에브이의 모습에 평소에 나인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알것같기도 하다.
간단한 아침이 끝나자 메타그로스가 식기들을 싱크대로 옮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보스로라와 에브이가 연신 울어대고 보스로라의 머리 위에 올라간 메타몽이 흐늘흐늘 춤춘다.
주인없는집에 이렇게 있는것도 좀 그런데.
어색하게 앉은 성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에브이가 사이코키네시스로 성호를 들어올려 방안의 침대로 옮기더니 입으로 이불을 물어 덮어준다. 보스로라가 라디오 버튼을 콕 누르자 라디오에서 포켓몬 피리가 흘러나오고 열린 문 밖에서 메타그로스가 몸을 웅크렸다.
포켓몬 피리 소리는 잠을 깨우는거 아닌가, 어리둥절한 성호의 옆에서 메타몽이 신체를 변형시킨다. 루나톤이 되었다가 솔록으로 변신하고 다시 먹고자로 변신했다가 윤진, 나인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벌러덩 드러누워 잠들어버린 메타몽의 모습에 그제서야 포켓몬들의 뜻을 알아챈 성호가 실소를 터트렸다.
어제 늦게 잤으니 더 자라는거다. 윤진은 나인이 알아서 할테니 걱정 말고. 자신의 포켓몬도 아닌데 이정도로 의사소통이 원활할줄은 몰랐고 자주 만났으니 익숙하긴 하지만서도 이정도로 허물없이 대해올줄은 몰랐기에 어처구니 없던것도 잠시 이미 포켓몬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휴식에 돌입했고 성호 또한 이불속에 누워 생각을 가다듬다가 어느새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한편, 나인은.

"아, 진짜. 윤진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자꾸 이러시면 저 관동으로 도망갈거예요."

도망가지 못하도록 옆에 딱 달라붙어 걷는 윤진의 모습에 나인이 볼을 부풀리고 짜증스레 가방끈을 움켜쥐었다. 안그래도 눈에 띄는 사람인데다가 요새 입고 다니는 옷이 이목을 상당히 끄는 타입인데 바로 옆에 붙어가면 얼마나 부담되는지 알면서도 저런다.

"그러니까 빨리 성호 찾아 와."
"찾을 틈이나 주고 말씀하세요. 저희 방금 밥먹고 나왔거든요?"
"여기서 밀로틱까지 꺼내면 어떻게 될까?"

내가 말을 말아야지 진짜.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을 떼어낼수 있을까. 메타그로스야 네가 그립다. 엉엉. 지금쯤이면 성호가 일어났을까. 에브이가 있으니 웬만한건 다 알아서 챙겨줄거같긴 한데 문제는 메타몽이지. 애가 좀 멍청해서.... 뭔 사고 저지르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어제 밤하늘을 보지는 못했지만 오늘의 날씨는 맑다. 이대로라면 오늘 밤도 하늘은 예쁠것 같은데.
열심히 딴생각에 열중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충 훑어보던 나인이 고개를 들어 윤진을 돌아보았다.

"그런데요 윤진님, 다른 사람들 시키면 안돼요? 왜 콕 집어서 저예요?"
"너만큼 성호 좋아하는 애가 없잖아."
"아 씨, 그게 무슨상관이예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기 위해 재빨리 고개를 숙여 머리카락으로 커튼을 쳐 보았지만 귀가 드러나는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 여전히 성호에 대해서는 부끄러움 잘 타는 꼬맹이를 보며 속으로 웃은 윤진이 콧소리를 내며 턱을 괴었다.


"좋아하니까 대충은 알잖아? 이런 날씨에는 어디에 있고 무슨 음식을 좋아하니까 어디에 가면 될것 같다 하는 그런거."

"그게 뭐예요. 그런거라면 소꿉친구인 윤진님이 훨씬 더 잘 알잖아요."

"친구는 모르는 그런게 있으니까 너더러 찾으라고 끌고 나온거 아니야."


윤진의 대답에 나인이 멍청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세상에 이 사람 지금 뭐라도 알고 자신을 끌고 돌아다니나 했는데 친구도 모르는걸 생판 남이 대체 어떻게 압니까 루네 관장님.

"그런 억지가 어딨어요? 진짜, 루티아한테 다 이를거야!"
"일러라? 성호만 찾으면 돌려보내준다니까."
"좀 떨어져야 찾든말든 할 거 아니예요. 이렇게 눈에 띄는 사람하고 다니는데 누구를 찾아요……."
"그 말은 내가 그렇게 뷰티풀하고……."
"그만."

윤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텁, 손으로 입을 막아버린 나인이 한숨을 내 쉬었다. 진짜, 저 입을 어떻게 못막나. 루티아 얘는 왜 안오니 아까 밥먹기 전에 연락했는데……. 체육관 문닫고 나온 삼촌 데려가라고 루티아에게 연락 했는데 아직까지 답이 없는걸로 봐서는 콘테스트 중이었나, 하는데 주변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간혹 루띠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것을 보면 양반은 못되는지 루티아가 온것 같은데.
나인 본인도 콘테스트를 좋아하고 콘테스트에 출전하기도 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가끔 루티아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것이 간혹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저것.

"얏호~! 나인! 삼촌!"

제발 저 콘테스트용 의상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지 말아줘. 반갑다고 손을 크게 흔들고 있는 루티아의 모습에 윤진을 두고 도망갈까 생각해봤지만 뒷일을 생각하면 여기서는 손을 흔들어 줘야 한다.

"루티아? 나인, 네가 불렀니?"
"저밖에 더있어요?"

루티아의 파비코리가 반갑다는듯이 기쁘게 울어보이자 나인의 로토무와 식스테일이 그 주위를 맴돈다. 한껏 들뜬 얼굴로 루티아가 덥석 포옹을 해오자 힘을 주어 한번 안아주고 떨어진 나인이 생긋 웃어보였다.

"늦었잖아 루티아. 바빴어?"
"미안해-, 파비티와 외출준비를 하느라. 그런데 삼촌, 나인이 삼촌이 체육관 문 닫고 여기 와 있다고 하던데 진짜예요?"

조카의 물음에 곤란해하는 윤진과 달리 기회라는듯이 나인이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루티아 살려줘, 윤진님이 글쎄 성호 오빠가 오늘 리그 결근했다고 나보고 찾아오라는거 있지? 분명히 내가 찾아올테니까 먼저 체육관으로 돌아가 계시라고 해도 내 말은 믿어주시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도 있을거면서 나만 부려먹어!"

나 콘테스트 준비해야 하는데! 억울한 모습을 강조하기위해 눈물좀 흘려보자. 가장 눈물날때가 언제더라, 그래 칼로스에서 애들에게 콘테스트 금지당했던 그날이었지. 나지도 않던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내다가 감정이 휩쓸리는 바람에 그날의 슬픔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터져나왔다.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엉엉 울음을 터트린 나인을 두고 루티아가 놀라 윤진을 노려보자 당황한것은 윤진, 그였다. 방금전까지 밥먹었으니까 도망갈거라고, 꼭 찾아야하는거냐고 짜증내던 아이는 어디가고 고개를 숙인채 연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가며 엉엉 울고있는 모습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여자애들은 종잡을수 없다는것을 알지만 이런 상황은 역시 난처하다.

"삼촌! 바위 오빠만 문제예요? 나인도 콘테스트 준비하느라 바쁜거 뻔히 알면서! 바위 오빠가 결근한걸로 왜 나인을 괴롭히는데요? 나인이 찾아보겠다고 했으면 믿어줘야죠! 삼촌 체육관에 도전자 왔다간건 알아요? 바위 오빠야 사천왕들이 너무 세니까 거의 배틀할일도 없다지만 삼촌이 자리를 비우면 안되는거잖아요! 나인 괴롭히지 말고 얼른 돌아가요!"
"아니, 그래도 챔피언이 자리를 비우는게…, 게다가 이건 사천왕이 부탁했던 일이고……."

양손을 허리에 가져다 대고 나 화가 났소, 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루티아의 뒤에서 파비코리가 난폭하게 날개를 푸득이고 아직도 울고있는 나인의 발 언저리에서 식스테일이 걱정스레 올려다보며 그 시끄러운 로토무가 어쩔줄몰라하며 왔다갔다 한다.
안그래도 루티아의 인기와 그들의 복장, 그리고 울음을 터트린 나인으로 인해 이목이 집중된 상태. 아무리 타인의 시선에 무딘 윤진이라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것이다.

"삼촌! 나인한테 사과부터 하는게 우선아니예요? 얼른 사과하고 체육관으로 돌아가요!"

빨리 가지 못해요? 강제로 사과 시키고 파비티의 등에 윤진을 억지로 태우는 루티아의 모습에 울다가도 뭔가 잘못한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 나인이 어정쩡하게 바라보자 루티아는 파비티에게 삼촌을 부탁해, 하며 루네 방향으로 출발시키고 나인을 돌아보았다.

"괜찮아?"
"어…, 으응. 고마워 루티아."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걸."

방금전까지 불같이 화를 내던 아이돌님은 어디로 가셨나, 햇살처럼 환하게 미소짓는 루티아를 보며 나인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왜인지 윤진님한테 죄송스럽네."
"삼촌? 그러게 가랄때 갔으면 됐잖아. 사람이 말하기 싫어하는데 괴롭히니까 그래."

어디 카페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루티아가 나인을 이끌고 걷기 시작하자 나인이 루티아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였다.

"루티아, 알고 있었어?"
"뭘? 바위 오빠? 아침에 삼촌이 연락받고 뛰쳐나가는거 보긴 했는데 돌이랑 관련된게 아니면 굳이 억지로 데려올 필요 없잖아.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알아도 되는거면 나중에 얘기 해 주겠지. 삼촌은 출근 안했다는거에만 신경쓴 모양이지만 머리에 열 오른거 조금만 내려도 이해 할걸?"

소꿉친구잖아. 루티아의 대답에 어젯밤의 성호를 떠올린 나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윤진님 따돌리려고 부른것도 알았어?"
"처음에는 몰랐는데 아까 보니까. 삼촌이 저러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한데 가끔 눈 뒤집히면 저러더라구. 예전에는 회연 언니가 희생앙이었지……."

어딘지 아련한 눈을 한 루티아의 모습에 아하하, 나인이 헛웃음을 흘렸다.
카페에 앉아 최근 루네 체육관에 왔던 도전자의 재미있는 이야기, 파비티가 기술을 연습하다 넘어진 일등의 재미있던 에피소드와 최근 콘테스트의 신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것이 두시간 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쯤 루티아가 쪼로록, 남은 주스를 다 빨아들이고 먼저 일어섰다.

"그럼 난 먼저 가볼게! 나인도 가봐야하지?"
"어… 그렇긴 한데 안들려도 돼?"
"삼촌한테 거짓말 해야 하니까 안갈래. 오래 자리 비울거면 연락이나 해 달라고 전해줘."

생긋 웃어보이고 가자 파비티, 아까 돌아와 식스테일과 로토무와 함께 놀고있던 파트너인 파비코리를 부르며 카페를 나서는 루티아의 뒷모습에 나인은 쓰게 웃었다.
카페를 나온 나인이 가장 먼저 한것은 식스테일과 로토무를 볼로 불러들이는것. 그리고 그녀는 멀리 보이는 커다란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데봉 코퍼레이션. 엄마와 아는 사이라던 성호 오빠의 아버지 나발명 씨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의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나인은 이내 건물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어서오십시오."

깔끔한 유니폼 차림의 여성이 맞이하는 모습에 주춤한것도 잠시, 나인은 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발명 사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유리의 딸 나인이라고 하시면 아마 아실거예요."
"나인 님이요. 알겠습니다,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보통 사장을 보러 왔다는 말에 저렇게 쉽게 받아들여주나 싶었지만 만날수만 있다면 된다. 로비 한쪽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하릴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니 아까 맞이했던 여성이 다가왔다.

"나인 님이시죠?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생각보다 쉽게 나온 허가에 엄마 친구라시더니 진짜인가보다, 신기해하며 여직원의 뒤를 따라 최상층으로 올라가자 누가 나성호 아버지 아니랄까봐 여기저기 수집한 돌을 진열해놓은 모습에 나인은 속으로 혀를 찼다.

"나인이지?"
"앗, 안녕하세요."

성호보다 하얗게 세어 옅은 은발이지만 상당히 닮은 중년의 남자가 앉은채 인사를 건네오자 나인은 꾸벅 인사부터 한 뒤 나발명 사장을 바라보았다.

"나발명 사장님이시죠?"
"그래, 설마 유리의 딸을 보게될줄은 몰랐는데. 그녀는 잘 지내나? 관동으로 이사간다고 했었는데."
"엄마라면 잘지내고 계세요. 저도 한동안 못가봤지만."
"그래, 무슨 일이지?"

나발명의 물음에 머뭇대던 나인이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혹시 싶어서 말씀드리러 온건데요, 성호 오빠 저희집에 있구요,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쉬고싶어하는것 같았어요. 오빠가 비밀로 해달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저씨는 아셔야 할것 같아서 왔어요."
"성호가 자네 집에 있다고?"
"아침에 윤진님이 찾으러 왔었는데 일단 숨겼거든요? 그러니까 윤진님한테는 비밀로 해 주시고, 너무 걱정 하지 마시라구요."

그럼 전 가볼게요, 할말을 빠르게 내뱉고 빠르게 도망가버린 나인의 뒷모습에 발명은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머리에 손을 짚고 책상위로 고개를 숙였다. 언젠가 말해야 했지만 올곧고 바르던 아들에게 이 회사의 진실은 가혹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충격을 받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었지만 설마 리그도, 윤진도 아닌 저 아이의 집에 숨어버렸을줄이야.
한숨을 내쉬던 발명은 책상위의 전화기의 버튼 하나를 눌러 비서를 불러냈다.

"날세, 권수에게 연락을 취해줬으면 해. 빠를수록 좋아. 그럼 부탁하지."



괜한짓을 한게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나인의 발걸음은 느려지지 않았다. 점심시간도 지났고 더이상 집을 비우는건 그녀로써도 곤란한 일이다. 지금 그녀가 집을 비운곳에 남아있는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인것이다, 결단코 그녀가 없는 집에 아무리 포켓몬들과 함께라지만 혼자 있게 하는것은 썩 내키지 않는것이다.

"다녀왔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가방을 벗어 현관문 가까이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는다. 묘하게 조용한 집안 분위기에 의아해하던것도 잠시, 거실의 한쪽에서 메타그로스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자 나인은 똑같이 손을 흔들어 주고 두리번거렸다.

"에피랑 보리는? 성호 오빠도."

나인의 질문에 메타그로스가 손님방을 가리킨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조용히 흘러나오는 포켓몬 피리의 음색과 방 한쪽에 웅크리고 잠든 보스로라가 보인다. 침대 가까이 웅크리고 잠든 에브이와 침대위로 불룩한 이불을 보니 성호 또한 아직 자는 모양이다.
나인은 조용히 문을 닫고 살금살금 걸어 허리에 찬 몬스터볼을 꺼내 로토무와 식스테일, 아쿠스타를 꺼내놓고 부지런히 점심 준비를 한다. 만들어두었던 포켓몬 스넥이 떨어져 새로 만드는 김에 성호의 포켓몬 분까지 만들며 또 누구 몫을 추가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윤진님이나 루티아의 몫은 루티아나 윤진님이 알아서 할테니까. 메타그로스가 조그맣게 울음소리를 내자 나인은 씩 웃어보였다.

"윤진님이라면 루네로 돌아가셨으니까 괜찮아. 별다른일 없었지?"

냄비에 넣은 감자가 쪄지는동안 으깬 나무열매들을 볼에 넣어 섞으며 묻는 말에 메타그로스가 그릉, 소리를 낸다. 그래, 너희가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 나인은 맑게 웃으며 식사 준비에 박차를 가햇다.
포켓몬 스넥을 만들어 한쪽에 담아두고 샐러드용의 야채를 손질한다. 언제나의 식단대로라면 샐러드와 스튜, 빵 정도겠지만 지난번에 윤진님께 혼난것도 있으니 오늘은 좀 힘내볼까.
잘 익은 감자를 으깨고, 밀가루를 체쳐 팬케익을 구워낸뒤 냉장고 깊이 넣어두었던 햄도 꺼내 두툼하게 잘라냈다. 부스러기 햄들 로토무에게 던져주니 신나서 받아 먹는다. 식스테일에게는 포켓몬 스넥의 부스러기를 주자. 오늘은 날씨가 많이 따듯했고 자고 일어나면 더울지도 모르니 시원한 토망열매 가스파쵸를 만들자. 붉은 토망열매를 써는 나인에게서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금세 만들어낸 가스파쵸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두고, 달걀을 깨서 볶아내고 햄을 구워낸다. 포켓몬 푸드와 스넥을 섞어 그릇을 꺼내놓고 커다란 접시에 팬케익과 달걀, 햄, 샐러드와 으깬감자를 한데 모아 예쁘게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한 그릇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가스파쵸를 꺼내놓으면 완성.

"토토, 테일. 가서 점심 먹으라고 모두 깨워줄래? 토토는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나인의 말에 식스테일과 로토무가 신나서 닫힌 손님방 앞으로 달려간다. 식스테일이 폴짝 뛰어 앞발로 손잡이를 잡고 체중으로 당겨 내린다. 타이밍 좋게 로토무가 열린 틈으로 쏙 들어가고 바닥으로 떨어져내린 식스테일이 문을 비집고 틈을 더 크게 내어 들어간다.

"……쟤네 나한테 하듯이 전기충격 주거나 자는데 뛰어드는거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손님방을 바라보던 나인에게 메타그로스가 고개를 저어보였다.
잠시후, 큰 소리와 함께 보스로라의 손에 식스테일이 들려 나오고 그 뒤를 이어 로토무가 에브이의 사이코키네시스로 붙잡혀 끌려 나오는 모습에 나인은 손으로 눈을 덮었다. 다행히도, 성호에게 덤벼든것은 아닌지 성호는 메타몽을 데리고 나름 멀쩡하다면 멀쩡한 상태로 걸어나왔다.

"와서 식사하세요. 성호 오빠 포켓몬들것도 준비 해 뒀으니까 꺼내주시구요."

제각각 포켓몬들이 좋아하는 밥을 찾아 뛰어가고 성호가 꺼낸 무장조와 점토도리, 멜리시, 프테라, 보스로라, 메타그로스가 거실을 꽉 채운다. 으아, 얘들아 마당으로 가자. 나인이 서둘러 마당으로 통하는 접이식 문을 밀어 한쪽 벽을 열자 두마리의 보스로라와 메타그로스가 먼저 집을 나서고 무장조와 프테라가 종종 걸음으로 밖으로 향한다. 포켓몬들의 그릇을 밖으로 들어 옮기자 멜리시가 저도 나가야 하냐며 고개를 갸웃이는 모습이 귀여워 와락 나인이 끌어안았다.

"아냐아냐, 멜리시하고 테일, 토토는 그냥 여기 있어."

아쿠스타와 에브이까지 밖으로 내보내고 음식 배분을 끝낸 나인이 이내 식탁앞의 의자에 앉았다. 먼저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지켜보던 성호가 어쩐지 즐거운 기색으로 입을 연다.

"멜리시 좋아해?"
"귀엽잖아요. 예전에 칼로스에서 비춤의 동굴에서 멜리시 찾았을때도 한마리 잡을까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지금 같이 하는 애들 집으로 돌려보낼수도 없는 노릇이라……."
"비춤의 동굴 좋았지, 그 맨질맨질한 벽 하며."
"그렇죠! 그 벽 진짜 신기했어요. 천연 동굴인데-."

늦은 점심을 먹으며 옛 칼로스에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나인과 성호의 모습에 밥을 먹다 말고 에브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식사 후, 아직 레드의 티셔츠 차림인 성호에게 차를 내려놓은 나인이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머뭇대자 메타몽이 멜리시로 변신해 알통몬의 양 팔을 만들어낸다.
힘내라는건 알겠는데 멜리시의 모습에 알통몬의 팔이라니, 너 정말 나한테 왜이래. 나인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이내 픽 웃어보이자 성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인,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것 같은데?"
"아, 그게요……. 아까 윤진님이 오셨었거든요. 어떻게 루티아 도움 받아서 루네로 돌려보내기는 했는데 루티아가 그러더라구요. 돌이랑 관계된거 아니면 자리 비운다고 연락좀 달라구요."

루티아 걔가 눈치가 참 빨라요, 우물쭈물 대답하는 나인의 말에 성호가 조용히 실소를 터트렸다. 어젯밤 고민하던 중에 비밀로 해달라 했던것을 아직도 신경을 쓰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내일까지 쉬고 돌아가야겠네."
"네? 그렇게 빨리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나인의 모습에 통신기에 윤진의 연락처를 띄우며 성호는 웃어보였다.

"왜, 더 있었으면해?"
"아니, 그게 아니고, 어제 오빠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한동안 쉬어야 할거라고 생각 했거든요……."

고개를 푹 숙여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빨갛게 물들었다. 귀엽네, 숙인 머리를 토닥이며 마침 통신기가 윤진과 연결되자 성호는 입을 열었다.

"어, 윤진? 나야 성호."
'오늘 아침에 결근했다며? 이번에는 또 어디야?'
"아하하, 내가 가면 어딜 갔겠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사흘 뒤에는 돌아갈테니까."

그럼 이만, 성호가 통신을 꺼버리기 직전에 묘한 괴성이 들려왔지만 성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통신기를 꺼버리고 아직 고개를 푹 숙인 나인을 바라보았다.

"나인, 혹시 네가 손댈수 없는 영역에서 범죄가 저질러졌다면 어떡할래?"
"어…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성호 오빠가 고민하던거예요?"

아직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히지 못한 나인의 물음에 성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제가 개입할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막을거예요. 이미 지나간 일이라면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그 범죄의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돕겠어요."

당찬 아이의 발언에 성호는 웃으며 다시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지나간 일은 후회해봤자 소용 없겠지?"
"그것도 그거지만 손댈수 없는 영역이라면서요. 내가 손댈수 없는데 제가 뭘 해요. 그냥 그걸 어떻게 수습할지나 고민해야죠."

토토가 사고친걸로 화내는것보다 그거 수습하는게 더 급한거잖아요.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생각해 내린 결론에 성호는 소파에 몸을 묻었다.

"나인."
"네?"

메타몽에게 멜리시 모습에 알통몬 팔은 그만두라며 안아들고 짤짤짤 흔들던 나인이 의아한 얼굴로 성호를 돌아본다.

"나, 내일까지 휴가인데. 놀러 갈래?"
"좋아요! 신나게 놀고 힘내서 또 배틀 하자구요. 언제든지 오셔도 돼요. 무슨 일있으면 도와드리러 갈게요!"

나인이 메타몽과 멜리시를 안은채 활짝 웃어보였다.




그리고 저렇게 놀러간 성호와 나인은 부부싸움중인 노부부를 만나 더블배틀을 했다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하루-
제목의 뜻은 말 그대로 성호의 늦은 밤 방문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하루를 보낸 나인의 상황입니다.
사실은 이거 트위터에서 본 ORAS 포켓스페 장면에서 성호가 너무 고통받길래 애가 힘들때 나인의 집에서라도 좀 쉬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쓰기 시작했던건데 마무리... 마무리가 너무 힘듭니다. 캐릭터 붕괴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괜찮아요. 윤진님은 언제나 윤진님이고 내 안의 루티아는 다부진 아이인걸.
나인은 누가 밤늦게 찾아와도 일단 쉬라며 들일것 같아요. 보스로라도 그렇고 메타그로스도 그렇고, 도둑이 들어왔다가 울면서 도망갈것같은 아이들이 수두룩한걸요. 로토무가 장난치며 괴롭힌다면 오히려 그 도둑이 불쌍한걸요.
포켓몬 배틀보다는 소소한 일상 위주로 적는걸 좋아하다보니 묘하게 그쪽 묘사가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긴 한데, 방문을 여는 식스테일이라던가 보스로라 손에 들려나오는 식스테일이라던가 알아서 밥 챙겨먹는 에브이라던가. 포켓몬은 배틀도 있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생명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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