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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찾아라 큐아링! 닿아라 린에게! 본문
이른 아침, 언제나처럼 아침식사의 준비를 끝내고 아직 잠들어 있을 신록을 깨우러 방에 들어선 이선은 웬일인지 벌써 외출 준비를 끝내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 신록을 보며 멈칫했다.
“아가, 오늘 어디 가니?”
“셰이드 정글에 다녀오려고요.”
신록의 발치에서 신나게 꼬리를 흔드는 가디와 정신없게 돌아다니는 메테노를 보며 이선은 소리 없이 작게 웃었다. 낮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만 해도 좋은 징조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잘 하지 못하기에 일부러 집어넣었던 합숙이었는데 포켓몬도 잡아오고 신록에게 있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한 이선은 뒤쪽을 가리켰다.
“나가더라도 아침은 먹어야지? 도시락 싸 줄 테니 가지고 가렴.”
“네!”
매일같이 쓰고 다니는 맥고모자를 손에 들고, 신록은 이선을 따라 방을 나섰다.
“아, 이모님. 혹시 뭐 좀 여쭤봐도 돼요?”
“무슨일일까?”
“혹시 몬스터볼을 제가 살 수 있을까 해서요.”
식사 도중 나온 신록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이선이 이내 픽 웃었다. 합숙은 정말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모양이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포켓몬을 소지하는 것에 대해 겁을 내고, 상처 입은 메테노를 데려왔으면서도 몇 년간 메테노 이외의 포켓몬은 소지할 생각조차 하지 않더니 이제는 직접 포켓몬 포획에 도전하려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웃으며 이선은 손을 내 저었다.
“네가 쓸 것 정도는 내가 줄 수 있단다. 셰이드 정글에 놀러가는게 아니라 포켓몬을 잡으러 가려는 모양이구나. 어떤 포켓몬이 네 마음을 움직였을까?”
“저, 제가 키우려는 건 아니에요.”
침착한 얼굴로 물을 조금 마신 신록이 말을 이었다.
“지난번 합숙때 사귄 친구 중에 꽃과 잘 어울리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큐아링을 너무 만나고 싶어 했었는데 제가 발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다녀와보고 싶어서요.”
신록의 말에 놀란 얼굴을 한 것도 잠시 이선은 웃으며 신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랬구나. 찾으러 가는 것은 좋지만 밤에는 꼭 포켓몬들과 함께 있을 것. 그리고 물은 꼭 끓여 마셔야한다?”
“네.”
신록의 대답에 만족한 듯한 얼굴로 일어선 이선은 그녀의 방에서 하나의 주머니를 가져와 조카에게 건넸다. 신록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머니를 열자 익숙한 붉은색의 몬스터볼이 아닌 분홍색과 크림색이 어우러진 몬스터볼 여러 개가 빛을 받아 반짝 빛났다.
“힐볼이란다. 큐아링을 찾는다고 했지? 그 볼이라면 큐아링과도, 그리고 그 친구와도 잘 어울릴 거야.”
“감사합니다!”
들뜬 기색으로 주머니의 입구를 조이는 신록을 보며 이선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렴. 도시락 잊지 말고.”
“네.”
이선이 급하게 준비한 도시락과 힐볼이 든 주머니를 가방에 챙겨 넣고 신록은 소중한 모자를 머리에 눌러 썼다.
메테노와 가디도 준비가 끝난 것처럼 문 근처에서 배회한다. 빈티나가 들어있는 몬스터볼을 꼭 쥐고, 신록은 가방을 멨다.
“다녀오겠습니다!”
목표는 아칼라 섬의 셰이드 정글의 큐아링!
“디디, 울부짖기!”
신록의 지시에 맞춰 엉덩이를 치켜든 채 으르렁대던 가디가 우렁찬 목소리로 울자 나무에서 뛰어내려 덤벼들었던 짜랑랑이 울며 도망쳤다. 셰이드 정글에 들어온 지 몇 시간째, 찾는 큐아링은 보이지도 않고 종종 이런 식으로 달려드는 야생 포켓몬들을 디디의 울부짖기나 불꽃세례로 쫓아내며 신록은 점점 정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메테, 너무 멀리 가지는 마. 너는 짜랑랑에게 공격받으면 바로 기절이란말야.”
불만스럽게 울며 빙그르르 회전하는 메테노를 향해 몬스터볼을 들어 보이며 신록은 싱긋 웃었다.
“아니면, 볼로 들어갈래?”
눈에 띄게 느린 속도로 회전하며 신록의 곁으로 바짝 다가오는 메테노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신록은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 무성한 정글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 쉬었다.
정글의 해는 금방 진다고 했지만 벌써 어슴푸레해지는 것이 오늘은, 오랜만의 노숙인가보다.
밤늦은 시간에도 신록은 쉴곳을 찾는 것 보다는 큐아링을 찾는것에 더 집중했다. 꽃향기처럼 좋은 향기가 나는곳을 찾아달라며 가디에게 부탁했다가 달콤한 꿀을 찾기도 하고, 밤늦게 예쁜 빛이 모인 곳을 찾아 큐아링인가 싶어 다가갔다가 자마슈 떼에게 공격당하기도 했다. 원래 밤에 돌아다니는데 익숙한 탓에 밤늦게까지도 정글의 안을 헤매고 다니던 신록은 어디선가 튀어나온 할비롱에게 끌려가 어디를 보아도 나뭇잎을 적당히 모아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 억지로 앉혀졌고 불만스레 할비롱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풀썩 나뭇잎 더미에 누웠다.
“알았어, 잘게 할배.”
대체 언제부터 쫓아다닌 건지, 작은 소리로 투덜대는 신록의 옆으로 가디가 웅크리고 앉았다.
정글에 들어온 둘째 날의 아침. 푹신한 나뭇잎과 따듯한 가디의 체온 덕에 신록이 푹 자고 일어났을 즈음 할비롱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신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할배는, 어딘가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다가 필요하면 나타날 테니까.
어제와 마찬가지로 큐아링을 찾아 아직 모두가 잠든 고요한 정글을 걸어가던 신록은,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비쳐든 한줄기 햇살이 아침이슬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그곳에서 우뚝 멈춰 섰다.
어젯밤 달콤한 꿀을 흩뿌려놓았던, 지금은 아침이슬에 젖은 꽃밭의 꽃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꽃무리. 바람조차 불지 않는 이 정글에서 저렇게 즐거이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면 주변 꽃과 구별하지 못해 분명 지나쳤을법한 저 꽃무리가 바로 신록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큐아링일 것이다.
즐거운 듯이 이슬에 젖은 꽃을 따서 한참을 바라보고 흠이 없는 꽃을 골라 제 몸에 장식하는 큐아링을 보며 신록이 조용히 말했다.
“디디, 냄새 잘 기억해둬.”
지금 놓치면 다시 찾아야 한다. 큐아링만의 독특한 향이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가디의 후각에 의존하기 위해 지시를 내린 신록이 작게 심호흡을 했다.
리오 선생님께 받은 빈티나나 체력조차 깎지 않고 던진 몬스터볼에 들어왔던 가디가 특이했던 거지 정식으로 포켓몬을 잡기 위한 배틀은 처음. 너무 긴장하지 말고,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포켓몬끼리 배틀을 해서 체력을 줄이고, 잠재우거나 마비 등의 상태이상에 걸리게 하면 더욱 잡기 쉽다고 분명 트레이너 스쿨의 수업 시간에 들었었다.
정글에 오기 전에 조사했던 것에 따르면 큐아링은 분명 페어리 타입. 디디의 물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럼—.
“메테, 큐아링을 향해서 스피드스타!”
가장 든든한 파트너, 메테노로부터 반짝거리는 무수히 많은 별빛이 큐아링을 향해 쏟아졌다. 놀란 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큐아링을 향해 신록은 이모님으로부터 받은 힐볼을 힘껏 움켜쥐고 내던졌다.
빗나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던진 힐볼 안으로 모습을 감춘 큐아링과 한줄기 햇살이 내리쬐는 꽃밭 한 가운데에서 흔들거리는 힐볼을 보며 신록이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가디가 꼬리도 흔들지 않고, 메테노가 조용히 내려앉는다. 흔들, 흔들, 흔들. 세 번의 흔들거림 끝에 움직임을 멈춘 힐볼을 보며 주먹을 움켜쥔 신록은 이내 스스로의 호흡조차 멈춰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숨을 내 쉬었다.
맹렬하게 꼬리를 흔드는 가디가 신나서 우는 소리를 뒤로 하고 꽃밭으로 발을 내딛은 신록은 꽃밭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힐볼을 주웠다.
처음으로 포켓몬 배틀을 통해 잡은 포켓몬.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학교에서 배운 게 필요한 지식이었구나 싶어진 신록은 앞으로 숙제는 적당히 빼먹고 공부에 조금 더 집중해야겠구나 하는, 학교의 리오 선생님이 알았다면 그걸 이제야 알았냐, 이 쪼매니야? 할 만한 다짐을 하며 배싯 웃었다.
“선—생—님!”
릴리 마을의 어느 집, 해먹 위에 누워 아기쥐와 날쥐를 돌보고 있던 리오는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질린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방학인데.”
“선생님! 부탁드릴게 있는데요.”
에헤헤, 멋쩍게 웃으며 다가오는 제자를 보며 리오는 미심쩍은 눈으로 신록을 보았다. 몇 년을 본 저 제자가 웃으면서 먼저 부탁을 해 오는 경우 쉬운일이었던적이 없다. 이번에는 또 무슨 고생을 시키려고. 리오는 지난번 밤을 꼴딱 샌 빈티나 낚시를 떠올렸다.
“선생님은 칼로스에 계시는 나쟈 선생님하고 계속 연락 하시죠?”
“어.. 으음.. 그렇지?”
“그럼 이것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금은 부스럭거리는 포장지로 싸인 뭉치와 그 위에 놓인 힐볼, 그리고 말라사다 봉지를 보며 리오가 시선으로 이게 무어냐는 질문을 던질 때 신록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말라사다는 선생님하고 아기쥐들 먹을 간식이고 이건 나쟈 선생님 드리려고 샀던 알로라 탱크톱하고, 린 님에게 선물할 큐아링이예요. 칼로스로 보내주실 수 있으시죠?”
“보낼 수는 있는데, 큐아링?”
“린 님이 굉장히 갖고싶어했었거든요. 처음으로 잡는데 성공했어요.”
처음으로 잡는데 성공했다는 말에 어딘지 기특하게 보던 리오가 말라사다 봉지와 포장된 옷, 힐볼을 챙기며 대답했다.
“오냐. 그럼 이건 칼로스로 보내면 되는거지? 린에게는 나쟈 선생님이 전해 줄 테니까.”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신록에게서 리오에게, 리오에게서 칼로스의 나쟈, 나쟈에게서 백단 시티의 린 에게 전해진 힐 볼에는 린 님, 건강하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큐아링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큐아링/겁쟁이 같은/힐링시프트 특성]
*이모님은 사흘만에 집에 돌아온 신록을 보며 일찍 왔네? 하셨고 신록은 운이 좋았다며 웃었습니다.
이모님이나 신록이나 결국 큐아링을 잡을때까지 집에 안들어올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며칠을 들어오지 않아도 그런가보다 하는 집)
**신록은 나름 리오를 꽤 좋아 합니다. 리오에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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