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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 칼로스에서의 마지막 본문

Pokemon/Short Story

[NINE] 칼로스에서의 마지막

Pialati 2016. 8. 22. 00:00

하나지방을 떠나 여행중이라던 N이라는 청년은 포켓몬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사람과 떨어져야 한다 믿었다 했다. 그리고 삼천년 전의 왕은 소중한 포켓몬을 부활시키고자 다른 포켓몬을 희생시켰다.
포켓몬의 해방을 말하던 이는 공존의 가능성을 보고 스스로의 결심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
소중한 포켓몬을 위해 다른 포켓몬을 희생시킨 왕은 그 사실에 마음아파하며 사라져버린 포켓몬을 찾아 여행을 한다.
그 둘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나인은 무릎위로 내려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메타몽을 바라보았다.
신체가 유연한만큼 온갖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메타몽.

"메타몽, 만약 내가 AZ씨 같은 선택을 하면 화낼거지?"

함께하고싶다는 욕심으로 다른 생명을 경시하고 순리를 거스르는것. 그 목적이 어떤것이든 그것은 지금껏 보고 들은 악의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메타몽의 표정이 화가 난듯 일그러지자 나인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그러겠다는게 아니고. 만약의 일인데. 으아, 잘못했어!"

표정만을 바꾸는게 아니라 아예 무릎에서 떨어져나가 부란다로 변신해 위협하는 메타몽의 모습에서 정말 해서는 안될 말을 했구나, 생각했던것도 잠시 메타몽의 포효에 하나 둘 다른 아이들이 깨어나자 나인은 다급히 손을 휘저으며 메타그로스의 머리에서 뛰어내렸다.

"안해, 그런짓 안해!!"

무슨일이냐는듯이 에피와 테일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메타그로스가 고개를 젓는다. 보리가 다가와 메타몽을 데려가자 스타가 메타몽 곁에서 몸 중앙의 보석을 반짝이며 무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에피, 테일, 보리, 스타, 메타몽의 대화를 보고들으며 나인은 울상을 지은 채 메타그로스를 돌아보았다.

"애들 많이 화났나봐. 내 맘은 그런게 아니었는데……."

메타그로스가 팔을 들어 손끝으로 툭, 나인의 머리를 건드렸다.
그래 내 맘을 아는건 너밖에 없구나, 나인이 메타그로스를 부둥켜 안고있을때 드디어 이야기가 끝난건지 보리가 인상을 찡그린채 다가와 뚫어져라 처다보자 한참을 시선을 피하며 메타그로스 뒤로 숨으려 하던 나인은 이윽고 울상을 지으며 양 손을 들어 보였다.

"으…, 미안해. 내가 잘못 했어……."

에피가 모닥불 근처에서 무언가 말하자 테일이 뛰어와 으르렁댔다.

"진짜! 진짜 잘못했어! 만약이라도 그런 말 꺼내는게 아니었는데. 다신 그런 말 안할게. 응? 그러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거지. 머릿속에 가득한 감정이 뿌옇게 변해 단어로 형성되지 않아 나인이 혼란스러워 할때 메타그로스가 무언가 말하자 마지막까지 모닥불 근처에 앉아있던 에피가 드디어 일어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그래, 다른 애들에게도 못할 말이었지만 에피 너에겐 정말 해선 안되는 말이었는데. 진짜 반성할게."

로켓단의 실험대상으로 잡혀왔다가 탈출한 전적이 있던 에피에게 그런 말은 더욱 큰 상처였을 터. 나인은 진심으로 반성하며 에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란다 모습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메타몽이 신체를 변형시켜 무언가 형태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건물. 리본이 달린 특색있는 건물은 얼마전부터 나인이 호연지방에 돌아가면 다시 도전할거라 외치던 포켓몬 콘테스트 회장이었다.

"엑, 이게 벌이야?"

경솔한 행동으로 사고를 치거나 위험한짓을 했을때 포켓몬들에게 매번 벌을 받았던 나인으로써는 그 이미지에 대한 뜻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포켓몬 콘테스트 출전 정지.
자신이 억지로 출전등록을 한다 해도 함께 나갈 파트너가 거부상태라면 코디네이터 혼자 할 수 있는것은 없다.

"으… 얼마나?"

울상을 지은 나인의 물음에 스타의 보석이 여섯번 깜박였다. 그 뜻은 6개월.
호연으로 돌아가고도 반년간은 콘테스트 출전 없이 지내라는 포켓몬들의 의사에 나인은 수긍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 소란에도 토토는 잘자네……."

다시 돌아온 메타몽을 어깨에 앉히고 용케도 보리의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은 토토의 자는 모습을 보며 나인은 혀를 찼다. 쟤는 대체가 대담한건지 무신경한건지.
특히 메타몽이 굉장히 시끄러웠는데.
투덜거리던 나인은 메타몽을 끌어안은채 메타그로스의 머리 위에서 잠을 청했다
한밤중의 소란이 가라앉고 모두가 잠든 새벽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테일의 귀가 쫑긋거렸다.
쉿, 누군가의 목소리에 테일이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다가 이내 아는 사람임을 알고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꺼져가는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던져넣고 소리를 죽인 발걸음으로 자고있는 포켓몬들을 둘러본다. 메타몽과 함께 모포를 덮고 잠든 나인의 모습에 조용히 미소를 지은 그는 이제는 완전히 잠이 깨버린 테일을 안고,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먼 동이 터올라 주변이 밝아왔을때 제일 먼저 깬것은 어젯밤의 소란에도 깨지 않았던 토토. 특유의 웃음소리로 포켓몬들 주위를 날아다니며 깨우던 토토가 멈칫 허공에 멈춰서더니 이제 잠에서 깨어나는 포켓몬들 주위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에피 주위를 맴돌고, 보리, 스타, 메타그로스, 메타몽 차례대로 빙글빙글 돌더니 갑자기 나인의 허리춤에 매달린 몬스터볼에 고개를 들이댄다. 그리고는 시끄럽게 소리내며 호들갑을 떨자 그제서야 깨어난 나인이 모포를 걷어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토토, 아직 아침이거든? 넌 푹 잤을지 몰라도……."

투정을 늘어놓던 나인을 아랑곳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토토의 모습에 나인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보리를 바라보았다.

"쟤 왜저래?"

보리 또한 고개를 젓는걸로 보아 토토 혼자만 뭔가를 알고있다는건데 그래, 어제 넌 푹 잤으니 그렇게 시끄러울수 있겠지. 어젯밤에 너 빼고 다들 일어났었다고. 메타몽, 에피, 스타, 보리, 테일. 응? 테일?

"어…? 테일? 뭐야, 얘 어디갔어?"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혼자 어디 갔을리도 없는데 꼬리털 하나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나인이 어처구니없어 묻자 토토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포켓몬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따가 플라타느 박사님한테 인사하고 호연행 비행기 타러 가야 하는데 얜 어디갔대…, 칼로스가 그렇게 좋았나?"

모두의 아침은 뒤로 미루고 잠을 잤던 숲속으로 각자 흩어져 테일을 찾기로 결정된 후, 보리와 함께 걸어가던 나인이 부루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편하게 포켓몬센터나 플라타느 박사의 연구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것도 가능했지만 역시 마지막 밤이다보니 노숙이 더 좋을것 같아서 결정했던것이 설마 이런 결과가 나올줄은 몰랐다.
설마 또 어떤 나쁜녀석들이 테일을 납치해간게 아닐까. 우리 테일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래, 맞아, 귀여워서 누가 데려간걸거야. 누가 그랬는지 걸리기만 해봐라 내가 가만 있나.
머릿속이 점차 복잡해져 이상한쪽으로 생각이 흘러가고 있다는것을 알아챘는지 보리가 툭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

"아, 응. 미안. 이상한 생각 안할게. 일단 애부터 찾고……."

일순 벌레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던 숲에서 토토의 큰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뭐 사이렌급인데,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에 버금갈정도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토토의 울음소리에 나인은 우선 보리를 볼에 넣고 소리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워낙에 목청이 큰 탓에 토토의 울음소리는 여러 종류의 신호로 사용하지만 저건 분명 집합의 신호.
생각보다 큰 소리의 폭을 보건대 테일을 찾아 흩어진 나인과 다른 포켓몬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저게 우리들 뿐만 아니라 화가 난 야생 포켓몬도 쫓아오게 만드는 소리란거지.
정말 오랜만에 보리도 볼에 넣고 전력질주로 달린 나인은 어젯밤 쉬었던 공터에서 나인을 발견하고 울기를 그만둔 토토와 놀란 얼굴의 성호, 그리고 성호의 품에 안겨있는 테일을 보고 벙쪘다.

"어…? 어라? 성호 오빠가 여긴 어떻게? 아니, 그보다 테일! 너 나한테 말도없이!"

놀람과 당혹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나인을 선두로 에피와 스타, 메타그로스, 메타몽이 차례로 공터로 돌아왔다.

"놀라게했다면 미안해. 마을에 다녀오려는데 테일이 일찍 깼길래 잠깐 데려갔었어."

깨기 전에 돌아올생각이었는데, 멋쩍은 얼굴로 대답하는 성호와 달리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까만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고 있는 테일의 모습에 나인은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다.

"토-토-!"

모두 잘때 혼자 먼저 깨서 호들갑을 떤 장본인을 바라보며 이름을 길게 늘여부르자 토토가 혼비백산해 도망가고 그 뒤를 나인이 쫓았다. 메타그로스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로토무가 서너바퀴쯤 맴돌았을때 메타그로스가 나인을 붙잡았다.
그제서야 아직 성호에게 답을 하지 않았다는것을 기억해낸 나인이 어색하게 스스로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으아, 아니 성호 오빠가 미안해하실건 없는데, 솔직히 저희도 토토가 시끄럽게 안굴었으면 늦게 일어났을거라서요."

메타그로스에게 붙들린채 대답하는 나인의 모습에 성호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자 메타그로스가 조용히 나인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 그런데 진짜 성호 오빠가 여긴 어떻게 오신거예요? 챔피언이 멋대로 지방 떠나도 돼요?"
"리그가 열리기 전에는 괜찮아. 회연하고 혁진, 그리고 윤진이 있으니 무슨 일이 생겨도 잘해줄테니까. 자, 이거."
"그거 리그 상위 다섯명중에 세명은 호연 탈주한거라고밖에 안들리는데요."

어색하게 웃으며 성호가 건네준 종이봉투에서 식료품들을 꺼내 포켓몬푸드를 덜어내어 직접 만든 포켓몬스넥을 섞는다. 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테일을 안고 어딜 갈때는 간다고 이야기 해라, 훈계를 늘어놓고는 이내 에브이와 다른 포켓몬들을 불러 각자의 포켓몬 푸드를 내려놓는다. 아직 몬스터볼 안에 있던 보스로라를 꺼내 하나씩 챙기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성호의 곁으로 메타그로스가 조용히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메타그로스의 모습에 성호가 메타그로스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메타그로스가 조용히 눈을 감고 웅크린다.

"그런데 오빠가 여긴 어떻게……."

메타그로스 몫의 포켓몬 푸드를 들고 몸을 돌리던 나인이 말 끝을 흐렸다.
저 공기를 방해하면 안되겠지. 슬쩍 눈치를 보고 그녀는 오늘 아침분으로 남겨두었던 빵과 과일을 꺼내고 간단한 스프를 끓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아침은 빵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려 했지만 성호가 사다준 식재료도 있고, 무엇보다 챔피언님께 아무거나 먹일수는 없다는 알수없는 사명감으로 채소를 다듬고 빵을 데우고 고기를 듬뿍 넣어 스튜를 끓인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졌지만 든든하게 먹어야 호연에 갈때까지 버틸수 있다.
오늘 인사해야하는 사람만 해도 플라타느 박사에 AZ씨, 그리고…….

"넘친다."

불쑥 들린 목소리에 나인이 놀라든 말든 성호는 몸을 굽혀 모닥불의 나무 몇개를 빼내 불을 줄이고 오랭열매 하나를 집어들었다.
열매를 베어물고 신 표정을 짓는 성호를 보며 나인이 놀란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진짜 오빠가 왜 여기 있는거냐구요."

포켓몬들이 식사 후 제각기 쉬는동안 성호와 늦은 아침을 먹으며 나인이 묻자 손으로 빵을 조각내며 성호가 대답했다.

"칼로스 지방은 특이한 돌이 많잖아. 그리고 오늘 네가 돌아간다고 플라타느 박사님께 들었으니까. 어차피 돌아가는거 함께 가면 좋잖아?"

아, 그래, 저 오빠는 저런 사람이었지. 돌때문에 전국을 방랑하는 사람인데.

"그럼 이거 드릴게요."

향전시티에서 그 커다란 해시계를 보며 저건 본적 없는 돌이라 생각했다. 체육관에서 배틀을 하고 고지카에게 승리의 표시로 체육관 뱃지 대신 해시계의 조각을 요구했고, 그 특이한 관장은 준비라도 했던건지 즉시 작은 조각을 넘겨줬었다. 뱃지와 함께. 본인 말로는 폭풍우에도 부서지지 않는 광물질이라 했지만 진실은 모를 일이다.
부서지지 않는 광물질이라면 저렇게 가공하는것만으로도 큰일이었을테니까.
희귀한 광물에 달라진 성호의 눈빛에 속으로 웃고 나인은 남은 스튜를 스푼으로 저었다.

식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듯이 제각기 놀며 쉬던 포켓몬들이 돌아왔다.
에브이가 사이코키네시스로 그릇들을 들어올려 움직이자 아쿠스타가 물을 뿜어낸다. 공중에 떠오른 물의 공 안에서 포켓몬 푸드가 들어있던 포켓몬들의 식기와 나인과 성호가 조금전에 사용한 식기가 한데 뒤섞였다.
모닥불을 피운 자리에 식스테일로 변한 메타몽과 식스테일, 둘이 흙을 덮고 로토무가 주변을 기웃거린다. 접이식 삼각형 조리대를 접어 비닐을 씌우고 어젯밤 야영하는데 썼던 담요를 개어 비닐 위로 잘 감싼 나인이 물건들을 가방에 집어넣자 보스로라가 스튜를 끓였던 냄비를 들고 작게 울음소리를 냈다.

"그건?"

성호의 질문에 나인이 보스로라에게서 냄비를 받아들고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어제 플라타느 박사님이 빌려주신거예요. 야영할거면 있는게 좋을거라구요. 메타그로스랑 보리가 워낙 반대해서 평소에는 야영 잘 안하거든요."

겁이 많은 아이들이기에 뭔가 있으면 잠도 잘 깨면서 굳이 야영을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투덜대는 나인이지만 보스로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 흘린것은 없는지 살펴보자 가방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그럼 갈까요?"

가방속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에브이가 식기류를 사이코키네시스로 냄비 안으로 넣자 나인이 어깨를 으쓱이며 성호에게 물었다.

"아, 난 준비할게 조금 남았으니까 나중에 플라타느 연구소에서 볼까?"
"알았어요. 그럼 저도 인사 하고 갈게요!"

포켓몬들을 볼로 되돌리고 메타몽이 나인의 목에 매달린다.
어느정도 떨어진 플라타느 박사 연구소를 향해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나인을 뒤로 하고 성호는 통신기를 꺼내들었다.



포켓몬 연구소에 몰래 들러 짐을 내려놓고 솔레유 카페로 달려간다. 미르시티의 짐 리더 시트론의 동생, 맹랑한 꼬맹이 유리카가 카페 밖에서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고 소리치는 모습에 나인은 속도를 더했다.

"늦어! 아홉시까지 모이기로 했잖아!"
"유리카. 많이 늦은게 아니니까 그만 해."
"오빠는 너무 무르다니까!"

볼을 부풀리고 투덜대는 유리카의 옆에서 시트론이 웃으며 인사해오자 로토무를 꺼내 유리카와 놀아달라 이야기한 나인이 멋쩍게 웃어보였다.

"미안해, 내가 많이 늦었지?"
"아니예요. 딱 좋을 때인데요."

딱 좋을때라니 저게 무슨 소리야, 나인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자 삐친게 풀렸는지 유리카가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재빨리 닫힌 카페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하나, 둘! 남매가 사이좋게 문 한쪽씩 잡고 열어 젖히자 색종이 가루와 리본이 터져나왔다.

"짜잔-! 나인이 오늘 돌아간대서 다들 와줬어!"

플라타느 박사와 조수들. 칼로스의 도감 보유자 다섯. 여행의 초반에 큰 도움을 주던 팬지 씨. 동생인 비올라 씨와 왜인지 자쿠로 씨도 있다.
적은 인원이 아니기에 북적거리는 카페 안에서 주인이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걸 보니 또 플라타느 박사가 뭔가 한 모양인데, 아무렴 어떤가. 여러군데 돌아야 했던게 모였는걸.

"나인, 칼로스 지방에 처음 왔던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돌아가네. 어땠을까나?"
"재밌었어요. 여러가지가 많긴 했지만."
"호연으로 간다고 했지? 거기서도 여행할거니?"

팬지의 물음에 음료를 마시며 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여행도 좋지만 이번에는 콘테스트에 집중하려고요. 옛날에 엄마가 살던 집이 금탄에 남아있다고 거기 써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래? 콘테스트라, 나중에 호연으로 취재가게 된다면 찾아갈게."
"진짜요? 기다릴게요!"

팬지와 이야기를 마치고 다른이와 인사를 나눈다. 모두가 고생을 함께한 동료들.

"이야, 나인. 그동안 고생했지?"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인사를 나누다가 플라타느 박사가 말을 걸어오자 나인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박사님. 박사님은 사람 보는 눈 좀 길러요. 사람 좋다고 다가 아니라니까요."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도 늘 하는 말인데."

나인과 조수들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는 플라타느 박사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가 생기는게 어쩐지 눈에 보이는듯 했지만 모르는 일이다. 플레어단이라는 족속들이 대형사고를 치는 동안 박사님은 수년동안 알아왔던 사람이라며 좋은 사람이라고 저 도감 소유자들에게 소개하지 않았던가. 그 뒷일마저 아이들이 수습한걸 생각하면 저 박사님 마음의 상처는 새발의 피다. 아예 다시는 안 볼 사람이면 좀 더 심한 말도 해 주겠지만 오박사님과 그린 오빠를 생각하면 참아야한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그린 오빠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려버릴테니까. 그러니까 이정도까지만.

"얼레, 그러고보니 카르네 씨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촬영 있어서 늦으실거래-, 어리둥절한 시트론의 질문에 비올라와 이야기를 나누던 팬지가 몸을 살짝 뒤로 젖히고 대답한다. 낌새를 보아하니 이 모임의 계획은 박사님이셨겠지만 행동대장은 팬지씨였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챔피언 카르네가 파키라를 제외한 사천왕 셋과 함께 카페에 들어섰다. 제각기 가서도 잘 지내라며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인이 입을 비죽였다.

"연말에 관동 안오시려구요? 그래요, 오지 마요. 우리 인연 여기서 끝내요."
"뭐?"

당황하는 간피를 두고 옆에서 드라세나가 놀리는거 아니라며 웃었다. 어느새 카페의 주방을 빌린 즈미가 요리를 하고 카르네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어갔다. 
나인은 벽에 기대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즐거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즐긴다. 이제 이 사람들을 보는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제는 열리지 않을거라 생각한 문이 열리고 익숙한 은발의 미남이 들어선다. 의아해하는 사람, 신기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인은 기대있던 벽에서 몸을 떼고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리카와 놀던 로토무가 갸웃 하더니 나인의 뒤를 따른다. 아쉬워하는 유리카를 뒤로 하고 성호를 맞이한 나인이 빙글 몸을 돌려 카페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언제 또 오게될지는 모르겠지만, 호연에서, 관동에서, 또 다른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요!"

다소곳하게 손을 앞으로 모아 쥐고 꾸벅 인사하자 카르네가 대표로 다가와 일으켜 세우고 끌어 안아주었다. 나도, 나도! 유리카가 폴짝 뛰어오르며 손을 흔들자 나인이 몸을 숙여 유리카를 꼭 끌어 안아주었다.

"시트론이 관동에 오게 되면, 꼭 같이 와. 알았지?"
"여행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나인을 찾으러 갈래. 그때도 놀아줄거지?"

응. 맹랑한 꼬맹이, 나인의 말에 유리카가 배시시 웃어보였다.

"공항에 비행기를 준비시켜놨어. 인사는 다 끝냈니?"
"어느정도는요. 못 만난 사람들도 있기는 한데, 언젠가 또 만나겠죠."

성호와 함께 카페를 나와 걸어가던 나인의 시야에 진한 분홍색이 들어왔다.
언제나 당당하며 멋진 파키라. 플라드리의 조력자였으며 사천왕이라는 지위에 있어도 그녀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던 그녀가 미르시티 골목 한켠에 기대 서 있었다.
나인의 시선을 눈치챈 그녀가 몸을 돌려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에 나인은 작게 웃었다.
마지막에 인사도 못하고 가는게 조금 껄끄러웠지만 이렇게라도 보고 갈수 있어서 다행이다.
파키라와 자신은, 이정도로 충분하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했다. 인사를 주고받을정도로 친밀하지도 않고 그저 몇번 만났던 사람일 뿐이지만 마지막에 이렇게라도 보러 와 줬다는게 무엇보다도 기쁘다.

"기분 좋아 보이는데?"
"인사 다 했거든요. 얼른 가요. 윤진님이랑 회연언니랑 다들 잘 있어요?"

신나보이는 나인을 보며 성호가 쿡쿡 실소를 흘렸다.

"콘테스트가 그리운건 아니고?"
"어제 애들한테 혼나고 금지당했어요. 반년은 자숙하래요."

볼을 부풀리고 우울해하는 나인의 옆에서 아직 볼로 되돌아가지 않았던 로토무가 유독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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